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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마라톤/2024 뉴욕 마라톤

2024 뉴욕마라톤 참가 간단후기

by Six stars 2024. 11. 20.

지상 최대의 마라톤 축제, 뉴욕 마라톤 속으로

 매년 11월 첫째주 일요일, 미국 동부 뉴욕에서는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바로 지상 최대 마라톤, 뉴욕 마라톤을 직접 보고 즐기기 위해서다. 국적과 인종 그리고 나이를 떠나, 거리로 나온 응원 인파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라토너들을 응원하며 함께 마라톤을 즐긴다.
 2024년 11월, 나도 그 뜨거운 열기를 느껴보고 왔다.

 

1. 뉴욕 마라톤은?

  3년간 2만 명 이상의 참가자가 완주를 해야만 비로소 등재 신청을 할 수 있는 세계 7대 마라톤 대회는 미국 보스톤과 시카고, 뉴욕,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일본 도쿄 그리고 호주 시드니에서 매년 열린다. 그중에서도 응원 열기가 가장 뜨겁기로 유명한 뉴욕 마라톤은 올해에만 전 세계 147개 국가에서 7만 명이 참가하고, 약 5만 5천여 명이 완주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마라톤 대회로서 입지를 견고히 했다. (참고로, 직전 시카고 마라톤 대회에서의 완주자는 5만 4천여 명으로 이종전 최다였다. 더불어 우리나라 국내 유명 마라톤 대회 참가자는 3만여 명이 최대이다.)
 뉴욕 마라톤은 응원 열기뿐 아니라 그 코스로도 유명하다. 스테튼 아일랜드에서 출발해 브루클린과 퀸스, 브롱크스 그리고 맨해튼까지 뉴욕 5개의 자치구를 가로지르며, 뉴욕의 도시 전경은 물론 이스트 강과 센트럴 파크의 가을 풍경까지 직접 느끼며 달릴 수 있어 전 세계 마라토너들의 꿈으로 꼽히기도 한다. 각 자치구를 지날 때마다 그 지역의 건물 양식 뿐 아니라 지나다니는 주민들의 모습마저도 다르기에 5개의 자치구라기 보다 5개의 도시를 지나는 듯한 기분도 든다.

 

 
 

2. 뉴욕 마라톤 그 속으로!

 이른 새벽녘, 아직 날이 밝기도 전에 탑승한 대회 전용 버스 차창에 어느새 NYPD 특유의 눈부신 경광등 불빛이 비치자 그제서야 나는 비로소, 출발 지점인 스테튼 아일랜드에 다다른 것을 알았다. 장장 14시간의 비행 뒤에 숙소에서 단 하룻밤만 자고 나온지라 몸이 제법 피곤했지만, 설레는 마음에 차마 눈을 붙일 수는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삼엄한 경비태세를 갖춘 보안요원들에게 참가자임을 보여주는 배번호를 여러 차례 보여 주고서야 들어갈 수 있었던 대기 구역에는 추위와 싸우는 참가자들과 애써 그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베이글과 따듯한 커피를 나누어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정적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나 역시 그들과 같이 추위와 싸우며, 한편으로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몇 시간을 기다렸을까, 마침내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우리는 조금씩 출발선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베라자노 대교와 그 옆으로 햇살이 비치는 드넓은 바다까지, 출발지에서 보이는 그 풍경과 설렘은 추위에 움츠린 내 몸과 마음을 단번에 풀어주었다.

 내 페이스보다 늦은 그룹에 배정받아 속시원하게 달리지는 못했지만, 대교 위에서 탁 트인 시야로 바다를 구경하며 달리니 이윽고 'Welcome to Brooklyn' 어딘가 낯익은 팻말이 보였다. 그 팻말 뒤로 펼쳐진 아름다운 도시 풍경과 동시에 수줍게 팔을 내밀며 하이-파이브를 해달라는 아이들과 응원 인파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가 ‘내가 정말 뉴욕 마라톤을 뛰고 있구나’를 실감하게 된 순간이 아니었을까.

  

  

3. 꿈 속에서 뛰는 듯한 뉴욕 마라톤

 하이-파이브를 해달라는 아이들에 뒤이어 친구들과 함께 재밌는 문구의 팻말을 만들어 응원하는 사람들, 참가자들을 위해 손수 간식을 준비해 나눠주는 사람들까지 정말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개중에는 소심한 나의 내적 댄스를 유발하는 밴드들의 흥겨운 공연도 있었고, 태극기를 양손으로 펼쳐 들고서 우리말로 응원하는 한국인 관광객과 교포들도 있었다. 그들 덕분에 지쳐가는 나의 두 다리와는 다르게 마음만큼은 왠지 모를 몽글몽글함으로 가벼워지고 있었다.
 때때로 주로가 좁아질 정도로 밀고 나온 수많은 응원 인파는 퀸스와 브롱크스를 거쳐 센트럴 파크까지 줄기차게 이어졌고, 그 속에서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마치 내가 진짜 마라톤 선수가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도로를 가득 채우며 목청껏 응원하는 사람들, 햇살에 비친 가로수, 그 위로 펼쳐진 오래된 빌딩들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멋지고 아름다웠다. 뚜렷이 보일 듯하면서도 흐리게 보이기도 하는 모습이 마치 신기루 같기도 했다. 그런 풍경 속 한 가운데를 달리고 있으니, 마치 '내가 꿈 속을 달리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 뉴욕을, 그것도 맨하튼 도로 한복판에서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이처럼 뜨겁게 뛰어볼 수 있을까. 뉴욕을 누비는 내내 어느새 나는 그런 마음으로 달리고 있었다.

 
 

4. 나의 런생을 지속해줄 힘!

 그렇게 인생 첫 마라톤을 위한 지난 6개월 간의 훈련은 센트럴 파크에 모인 수많은 관중 앞에서 멋지게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지난 여름동안 혼자서 혹독하게 훈련했던 것에 비해서 기록은 나의 목표였던 싱글(3시간 10분 미만)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탈진으로 메디컬 센터에 들어갈 정도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더없이 뿌듯하고 개운했다. 목표 달성 여부를 떠나, 이런 엄청난 축제에 내가 주인공의 하나로서 함께할 수 있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언제 다시 이런 감정과 느낌을 도로 위에서 느끼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뉴욕마라톤에 참가했던 경험은 내 마음 한켠에 단단히 자리잡고서 트랙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나를 지탱해주고 힘이 되어주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cf) 세세한 구간별 후기 등은 다음 글에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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